한국 추상미술 선구자의 발자취… '유영국, 절대와 자유'展

2020-10-16I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 4일 개막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의 근대미술 거장 시리즈'의 마지막 전시로 내년 3월 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유영국, 절대와 자유'전을 연다고 3일 밝혔다.

앞서 변월룡과 이중섭을 조명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유영국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재발견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이날 덕수궁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승완 학예1실장은 "유영국은 1970년대 이후에는 두문불출 작업에만 몰두하며 화단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며 "그의 업적이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판단에 재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유영국은 한국의 자연을 아름다운 

색채와 대담한 형태로 빚어낸 최고의 조형감각을 지닌 화가이다. 김환기와 쌍벽을 이루는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한국미술사에 자신의 이름을 돋을새김했다.

하지만 미술계에서의 명성과 비교하면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는 1937년 유학 시기부터 1999년 절필 작품에 이르기까지 유영국의 전 생애 작품 100여 점과 자료 50여 점이 총망라됐다. 작가 생존 시 

개인전(15회)과 사후 전시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절정기인 1960년대 작품 30여 점을 대거 선보여 관심을 끈다.

김인혜 학예연구사는 "유영국의 1960년대 작품은 미학적으로 절정에 달했다"라며 "이들 작품은 대부분이 개인 소장품이라 만나보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191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난 유영국은 1930년대 일본 도쿄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이중섭과 함께 일본 문화학원에서 수학했으며 재야단체인 자유미술가협회에서 활동하며, 김환기와 함께 한국 역사상 최초로 추상화를 시도했다. 

그는 또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변기에는 10여 년간 붓을 놓고 어부로, 양조장 주인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사업 수완도 좋아 양조장을 하며 

제법 큰 돈을 모았지만 1955년 서울에서 미술 활동을 재개했다.

"울진에서 양조장을 운영할 때는 사업도 잘됐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께서는 "금(金)논도 금산도 금밭도 싫다. 이제 그림을 그리겠다'고 하시며 
서울로 올라가셨죠."

유 화백의 장남인 유진 유영국문화재단 이사는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10년간 공백이 있었음에도 아버지에게는 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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