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부터 유영국까지… 한국 현대미술 거장 5인 한자리에

2021.03.09.I아트조선

윤다함 기자 | 2021년 3월 9일


TV CHOSUN 개국 10주년 기념
아트조선 공동 기획 특별전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 개막
21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


아트조선 공동 기획 TV CHOSUN 개국 1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이 21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 현대미술의 기틀을 마련한 선구적인 예술작품으로 대표되는 박래현, 김환기, 김창열, 유영국, 이우환이 한자리에 모였다. TV CHOSUN 개국 10주년을 맞이해 아트조선과 공동 기획한 특별 기념전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에서 이들 다섯 거장의 다채로운 작품 10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 현대미술의 태동을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3월 21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이어진다.

아트조선 공동 기획 TV CHOSUN 개국 1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이 21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아트조선 공동 기획 TV CHOSUN 개국 1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이 21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박래현, 김환기, 김창열, 유영국, 이우환… 이름 석 자만으로도 작품성과 예술성이 보증되는 5인이다. 무려 이들 다섯 작가의 작품을 한데 감상할 수 있어 아트 러버들의 ‘성지’로 부상한 전시 ‘한국 현대미술 거장전: 더 오리지널’이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495.86㎡(150평)에 이르는 전시장이 거장 5인의 회화,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미디엄과 미공개 작품 100여 점으로 꽉꽉 채워졌으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는 없는 터.

전시장을 들어선 관람객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유영국(1916~2002)의 회화다. 과감한 원색 대비의 비구상 자연 풍경화는 기본 조형 요소와 강렬한 색채로 단순미학을 추구했던 유영국의 예술혼을 그대로 대변한다. 기하학적인 질서라고 하면 경직되고 엄정할 것 같지만 그의 화면을 마주하면 실제 풍광을 마주하고 있는 듯 어색함 없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자연을 바탕으로 해 순수하게 추상적인 상태를 형상화하고자 한다”고 생전 말했던 유영국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아트조선 공동 기획 TV CHOSUN 개국 1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이 21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이신영 씨영상미디어 기자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낯익은 작품들의 주인공은 박래현(1920~1976)이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박래현, 삼중통역자’전(展)에 걸렸던 작품 일부가 이번에 재공개돼 눈썰미가 좋은 관람객 몇몇은 이를 알아보고 반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휴관한 탓에 ‘삼중통역자’전을 관람하지 못해 아쉬웠던 이들이 많았던 만큼 이번 전시가 그 갈증을 채워준다는 평이 많은 이유다. 1950년대 작품부터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제작된 1970년대 동판화까지 다채롭게 내걸려 눈이 호화롭다. 이 작품 모두가 반세기 전 제작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오늘날 시각으로도 다분히 현대적이고 세련됐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아트조선 공동 기획 TV CHOSUN 개국 1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이 21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윤다함 기자


지난 1월 타계한 김창열(1929~2021)의 물방울 대작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전시에서는 1970년대 중반, 즉 비교적 물방울의 초창기에 해당되는 시기, 마대에 그려진 영롱한 물방울을 마주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지 않아 크리스털처럼 빛나는 물방울 그림(1976)이 눈에 띄는데, 거친 텍스처의 마대와 그 위에 그려진 차가우리만큼 투명한 물방울이 서로 대조적이면서도 묘한 화합을 이룬다.

‘국내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작가’란 타이틀에 걸맞듯 이우환(1936~)의 대작 앞에서 관람객들은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등 경매에서 인기 있는 작품이 150호에 이르는 압도적인 크기로 내걸렸기 때문.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좋은 것은 크게 봐야 한다”란 말처럼 이우환의 마스터피스를 더욱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다.

김환기, 드로잉, 31.5x20.5cm /아트조선
아트조선 공동 기획 TV CHOSUN 개국 1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이 21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이신영 씨영상미디어 기자


무엇보다도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단연 김환기(1913~1974)의 드로잉이다. 그간 섬세하게 완성된 회화로만 익숙한 김환기의 예술을 다소 투박하고 즉흥적인 드로잉을 통해 다른 시각으로 즐길 수 있다. 별다른 채색이나 장식 없이 슥슥 무심히 그린 스케치에서 김환기의 평소 시크하고 담백했던 면모가 읽히는 듯하다. 회화의 그것과는 또 다른 거장의 천재성과 영민함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그의 대표작인 전면점화는 물론, 달, 학, 연꽃 등을 소재로 마티에르가 도드라지는 화면이 특징적인 1950년대 회화도 전시돼 관람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트조선 공동 기획 TV CHOSUN 개국 1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 현대미술 거장展: 더 오리지널’이 21일까지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 /아트조선

각기 구별되는 소재와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 5인이지만 관통하는 맥락은 하나다. 작가 개개인의 오리지널리티를 추적하고 재조명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의 근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현대미술이 오늘날 위치에 오기까지 그 토양을 다진 이들 다섯 작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놓치지 말 것.

월~일 10:00~18:00. 무료. 문의 (02)724-7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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