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2022.7.19.IJTBC NEWS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김하은
■ 2022년 7월 19일

[앵커]

요즘 미술에 대한 관심이 워낙 뜨겁다 보니까 갤러리마다 무료로 좋은 전시들이 많이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해설가 정우철 도슨트와 함께 화제의 전시장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우철 도슨트: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19일) 뒷배경을 보니까 색체가 굉장히 화려합니다. 오늘 추상화 전시인가요?

[정우철 도슨트: 맞아요. 한국추상미술의 선구자라 불리는 유영국 화백의 작고 20주년 기념전입니다. 전시 제목이 컬러스 오브 유영국인데요. 제목처럼 그림을 보시면 색채가 되게 강렬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유영국 작가는 고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에 많이 포함돼 있다는 게 알려졌고요. 또 예술 애호가로 알려진 BTS의 리더 RM이 특히 좋아하는 작가로 알려지면서 대중적으로 더 유명세를 탄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는 회화작품 68점, 그리고 드로잉 21점 그리고 작가가 생전에 활동했던 기록들이 전시돼 있는데요. 작가의 작품을 또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또 작가의 예술정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유영국 화백,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애호가들에게는 많이 알려진 분인 것 같은데 사실 저한테는 좀 낯선 이름이거든요. 어떤 삶을 산 분인지 궁금합니다.

[정우철 도슨트: 유영국 화백은 일단 1916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는데요. 일본으로 건너가서 추상미술을 공부했고 해방 이후에는 한국에서 한국의 추상화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고향 울진의 아름다운 산 그리고 자연을 한평생 화폭에 담았는데요. 해방 이후 한국전쟁까지도 터지잖아요. 사실 그때 모두가 생활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에 유영국 화백도 가정을 책임져야 됐어요. 그래서 그림보다 고기잡이 어선을 몰기도 했고요. 또 양조장을 경영하기도 했는데 48살이 되어서야 다시 붓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개인전을 열 수 있게 됐죠. 그 이후에는 굉장히 절제된 삶을 살면서 한평생 그림을 그렸다고 해요.]

[앵커]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다 겪은 세대인데 .그런데 작품은 이렇게 보면 되게 굉장히 현대적이고 요즘 사람들에게도 되게 많이 소구될 법한 그런 그림인 것 같아요. 하나씩 감상을 해볼까요.

[정우철 도슨트: 유영국 작품의 주요 소재는 산이었어요. 산인데 산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게 아니라 추상화. 즉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단순화시켜서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그래서 예를 들면 산봉우리는 뾰족하잖아요. 삼각형으로 그리고 또 능선을 이렇게 곡선으로 그냥 부드럽게 표현을 하면서 단순화시킨 거죠. 그래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떤 이게 산에 대해서 상상을 하게 되고 또 자연에 대해서도 새롭게 상상하게 되는 시간인 것 같아요.그리고 딱 단순화되었지만 보는 순간 산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앵커]

또 초록색이라는 것도 산이라는 걸 연상시키는 데 한몫하는 것 같아요.

[정우철 도슨트: 맞아요. 그리고 이 다음 작품은 제가 한창 바라봤던 작품인데 중간에 삼각형 산이 있잖아요. 저게 산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보고 있으면 앞으로 쭉 뻗어 있는 길처럼 보이기도 해서 되게 특이하게 봤던 것 같아요. 이게 추상미술의 매력인 것 같고 주변에 사각형이 쳐져 있어요. 저게 뭘까 고민을 했었는데. 약간 빛이 퍼지는 스펙트럼 같기도 하고 또 착시현상을 보는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했어요.]

[앵커]

그렇네요. 계속 보다보니까 뭔가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음 작품도 계속해서 볼까요.

[정우철 도슨트: 다음 작품은 개인적으로 참 좋았던 작품인데 저는 멀리서 보고서 색종이를 붙여놓은 것 같았어요, 솔직히. 그런데 어떻게 보이냐면 저는 하단에 조금 이따가 파란색이 보이고요. 지금 보이는 위의 산은 붉은 노을이 지는 산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상상을 하는 건데 작가는 빨강, 노랑, 초록, 파랑 등 원색을 쓰는 그림으로 유명하기도 했어요.]

[앵커]

색감이 정말 밝고 경쾌한 색이 많은 것 같아요.

[정우철 도슨트: 맞아요. 그리고 이제 다음으로 볼 작품은 이게 이야기를 듣고서 더 좋아진 작품인데. 작가가 아내와 함께 모은 사과나무 두 그루를 담은 작품이에요. 자신을 지지하고 또 희생해온 아내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마치 저는 서로 어깨를 기대고 산과 자연 속에 함께 머무르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앵커]

진짜 뭔가 나무보다는 그런 부부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추상화라서 좀 어려울 것 같았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까 굉장히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전시 볼 때 또 눈여겨서 볼 점 있을까요?

[정우철 도슨트: 작가는 안타깝게도 1970년대 이후에는 건강이 안 좋아져서 심장박동기를 차고 좀 투병생활을 해야 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는데요.이번 전시회는 작가가 활동하던 드로잉도 볼 수 있는데 위에 보시는 것처럼 어떻게 그림이 단순화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요. 저런 자료도 자세히 보시면 좋겠고요. 또 그림을 보면서 저런 식으로 단순화되는 걸 알 수 있죠.]

[앵커]

그러니까 처음에 어떤 계획과 생각으로 이걸 그려 나갔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거군요.

[정우철 도슨트: 그리고 저 앞에 있는 말처럼 작가는 이런 말을 합니다. 바라볼 때마다 변하는 것이 산이다. 결국 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라는 명언을 남겼어요 .그래서 전시 볼 때 내 마음 속에 있는 산을 찾아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내 앞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산. 그 산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저도 꼭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정우철 도슨트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스 다시보기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