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잇다: 드로잉의 재발견.. 돌아온 드로잉 소장품전

2022.7.29.IMBC충북 NEWS
조미애 기자 | 2022년 7월 29일

연필 등으로 그린다는 의미를 가진 '드로잉'이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그림이 연상되시나요?
과거 이 드로잉은 본격적인 작품을 만들기 전  기초적인 밑그림을 그리거나 습작하는 형태로만 인식됐습니다.
그러나, 현대미술에서는 작가의 무한한 잠재력이 담긴 드로잉이 '날 것' 그대로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지평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오늘 <문화, 잇다>에서는 드로잉의 진화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드로잉 소장품전>을 담았습니다.
조미애 기자입니다.

◀리포트▶
근현대미술사의 거장으로 꼽히는 박수근 작가의 드로잉입니다.
그 특유의 단순화된 선과 구도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유화 작품을 위한 습작 또는 기초 작업으로 여겨집니다.
<산>을 주제로 원, 면, 선 등 순수한 기하 형태로 표현한 이 작품은 유영국 작가의 드로잉입니다.
색을 입힌 회화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산> 시리즈의 바탕 또는 아이디어 스케치로 볼 수 있습니다.

◀INT▶이영주/국립현대미술관 미술품수장센터운영과 학예연구사 
"유영국 작가는 한국 추상미술의 어떤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는 작가입니다. 흰 종이 위에 간단하고 간결한 볼펜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 선들은 어떻게 보면 산과 어떤 숲을 상징하는 도상이기도 하면서 작가가 선과 면으로 만들어내는 자율적인 구성이기도 합니다"
드로잉은 회화, 조각, 건축 등의 뼈대가 되기도 하고, 또 역사의 순간을 포착하는 기록물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중간 과정이 아닌 드로잉 자체만으로 완성작이 되기도 하고, 실험적 작품을 낳기도 합니다.
채색을 해도 드로잉입니다.
서양화가로 잘 알려진 서용선 작가는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보편적 방식에서 벗어나 채색으로 채운 드로잉을 보여줍니다.

◀INT▶서용선/회화 작가
"제 머릿속에는 그 역사적 사건이 진행된 과정 자체가 전체가 이렇게 막 뒤섞여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때는 내가 무엇을 그리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이런 부분을 그리려고 한다' 할 경우에는 아주 단순한 선 갖고 내가 생각했던 거를 확인하기 위해서 자기를 위해서도 그릴 수도 있거든요. 내 생각을 추적해나가는 거죠. 그런 점에서 드로잉이 대단히 좋은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정상화 작가의 <드로잉> 작품은  종이를 겹쳐 붙이고 그 위에 연필로 칠한 뒤, 종이를 떼어내 사이 사이 남아있는 연필의 흔적을 보여줬습니다.
드로잉의 열린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으로 평가받습니다.
꼭 연필이나 펜이 쓰이는 것도 아닙니다.
대표적 수묵추상화가로 꼽히는 백계 정탁영 작가는 그리는 대신 칼을 사용해 종이를 베어 뜯어냈습니다.

◀INT▶크리스티 이/관람객(미국 UC 산타크루즈 대학원 판화 전공)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표면과의 관계를 만들어냈거든요. 그러면서도 드로잉의 기본적인 요소인 그림자, 실선, 질감을 표현했고, 마치 조각처럼 보이기도 해요. 작품 자체가 재밌기도 하고요. 이런 작품을 본 적이 없어요. 항상 이런 질감, 깊이감을 드로잉으로 표현해보고 싶었거든요."
"이것도 드로잉이야?"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작도 눈에 띕니다.
은행  우편 봉투 속지를 오려 붙여 콜라주 형태 작품으로 재탄생되기도 하고, 다양한 소재와 결합해 색다른 장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INT▶이영주/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일반 현대 회화와는 달리 작가의 아이디어라든지 작가의 생각들을 미리 유추해볼 수도 있고 또 지금 이 관점에서 이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수 있을지 관람객 입장에서는 더 능동적으로 작품 해석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드로잉이 현대에 와서는 완전한 매체로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 날것이 가진 어떤 미학적인 가치 이런 쪽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드로잉 소장품>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1971년부터 수집해 온 드로잉 8백여 점을 재구성한  수장고 전시로  올해는 다음 달 21일까지 두 달간만 개방됩니다.. 

MBC뉴스 조미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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