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한국 근대미술 큰 전시, 오디오 가이드는 BTS RM

2022.09.06.I중앙일보
1920년 채용신이 그린 '고종황제어진', '국민화가' 이중섭의 '흰소'(1953~54)부터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1948~49), 나혜석의 '자화상'(1928년 경)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 작품 130여 점이 최근 미국 전시를 위해 태평양을 건넜다.

오는 11일 미국 대표 미술관 중 하나인 LA카운티미술관(LACMA·라크마)에서 열리는 전시를 위해서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라크마에서 '사이의 공간:한국미술의 근대' 전시를 오는 11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연다고 6일 발표했다. 서구권 국가에서 한국의 근대 시기를 주제로 열리는 첫 기획전으로 현지에서의 반응이 주목된다.

전시는 LA 카운티뮤지엄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것으로, 현대자동차가 후원했다. LA 카운티뮤지엄과 현대자동차의 파트너쉽 프로그램인 ‘더 현대 프로젝트: 한국 미술사 연구’의 일환이다.

이 전시엔 일제강점기, 1945년 해방,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는 시기에 제작된 작가 88인의 작품 130여 점이 출품된다. 온갖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밀려들어 오면서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충돌하고 융합했던 격렬한 역동기 시대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전시작 중 총 62점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고, 이중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작품이 21점에 달한다. 출품작 중 등록문화재도 4점 포함돼 있다. 배운성의 '가족도'(1930~35)를 비롯,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 고희동 '자화상'(1915), 김환기 '론도'(1938), 오지호 '남향집'(1939) 등이다.

'미술애호가' RM 오디오가이드

이번 전시를 위해 방탄소년단 RM이 오디오가이드 음성녹음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RM은 직접 작품 선정에 참여해 총 10점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녹음했다. RM이 해설한 작품은 채용신의 '고종황제어진', 나혜석의 '자화상',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장욱진의 '나룻배', 변월룡의 '1953년 9월 판문점 휴전회담장', 김환기의 '산월', 유영국의 '작품', 박수근의 '유동', 권진규의 '비구니' 등이다. RM의 전시해설은 전시장에서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들을 수 있다.

한편 LA 한국문화원에서는 LACMA과 함께 한국근대영화 상영전을 연다. 마이클 고반 LACMA CEO이자 왈리스 아넨버그 디렉터는 "이 전시는 한국 미술사 격변의 시기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다른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창작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근대 시기를 고스란히 담은 당시 미술작품들을 서구권에서 처음 쏘아 올리는 신호탄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여성' 나혜석 자화상도 

출품작 중 채용신이 그린 고종황제 초상화는 1920년 고종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나 제작된 것이다. 화면 오른쪽에 '태상황제'였던 고종이 49세일 때 그린 어진을 다시 따라 그렸다고 적혀 있다. 국립미술관은 "고종의 죽음을 추모하는 누군가의 의뢰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최초로 서양화를 공부한 여성화가 나혜석의 작품이 포함됐다. 1896년 생인 나혜석은  일찍이 여성해방운동에 관심을 가지며 '신여자'라는 잡지를 만들고, 수많은 여성해방 관련 글을 기고하며 삽화를 그리고, 소설을 쓰는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자화상'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대상의 묘사에 충실하다기보다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배운성은 1920년대 독일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던 화가였다. 베를린예술대학을 졸업하고, 1930년대 함부르크, 프라하, 파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1930년대 파리에서 활동하다가 1940년 귀국해 한국전쟁 중 월북을 택했다.

그는 유럽인의 눈에 낯설게 느껴졌을 한국인의 모습을 주된 소재로 삼았다. 한국인의 얼굴, 의상, 가옥, 세시풍속, 놀이 등을 독특한 기법으로 그려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족도'는 한국적 소재를 망라한 결정판으로 여겨진다. 한옥을 배경으로 총 17명의 대가족이 마치 기념사진을 찍는 듯 정면을 응시한 채 기품있게 묘사돼 있다. 1935년 함부르크미술관에서 개최된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이다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도 눈길을 끈다. 이쾌대는 도쿄제국미술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1939년 귀국해 화단을 주도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는 미군 포로 신세가 돼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했으며, 1953년 남북 휴전협정 체결 시 포로교환이 있었을 때 그는 북을 택했다.

유영국의 1957년작 '작품'과 김환기의 1958년 작 '산월', 박수근의 1963년 작 '유동', 권진규의 1971년 작 조각 '비구니'도 소개된다. 전시는 내년 2월 19일까지.

*기사 다시보기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