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수집, 위대한 여정

2022.11.16.IKBS NEWS
지난해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국공립 기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이 부산을 찾았습니다.

이건희 컬렉션 50여 점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획을 그은 유명 작가 50여 명의 작품 100여 점이 유명 컬렉터들의 지원으로 함께 선보입니다.

이건희 컬렉션은 개인의 미술품 수집이 예술가의 창작을 후원하고 그의 가치를 지켜내며 미술 역사를 기록하고 이어가는 역할까지 확장되는 전형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름 붙인 전시회 제목이 '수집 : 위대한 여정'.

[기혜경/부산시립미술관장 : "세기의 기증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 것은 개인의 취향에서 시작된 어떤 컬렉션이라는 행위를 공공이 같이 향유할 수 있도록 공공재로 전환했기 때문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건희 회장님 이외에도 굉장히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다양한 컬렉터들의 참여는 유명 작가의 작품 변천사를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청각장애를 딛고 끝없이 새로운 작품 세계를 개척한 운보 김기창의 1930년대 '해녀'는 사실적인 전통화 기법에 현대적 채색을 곁들인 초기 작품입니다.

1950년대 입체주의 영향을 받으며 농부의 흥과 역동성을 표현한 '흥락도'를 만들어내고 1960년대에는 완전한 추상 단계로 들어서며 '유산의 이미지'를 탄생시킵니다.

한국 최초로 추상화를 시도한 유영국 작가의 '산'은 1950년대 선명한 윤곽선이 살아있지만 60년대 윤관석이 사라지고 다소 거친 질감을 드러냅니다.

이어 화려한 원색 대비로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담아내더니 70년대에는 한결 온화하고 부드러운 산이 됩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고향 신안 앞바다의 빛깔로 표현한 김환기의 작품은 점과 선의 반복으로 무한의 시공간을 만들어낸 그의 대표작입니다.

근현대미술사 한국화의 양대산맥.

쌀알 같은 점을 촘촘하게 찍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섬세한 붓질로 우리 산하의 온화함과 부드러움을 잘 표현한 청전 이상범.

이와 대비되는 소정 변관식은 먹을 말려가며 층층이 쌓기도 하고, 선 위에 묵점을 찍어 선을 깨뜨리는 과감한 붓질로 실경을 짙게 그려냈습니다.

[김경미/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 "미술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법한 또 이름은 들어보셨을법한 작가들의 주요 작품이 다 나옵니다.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오줌싸개와 닭과 개구리'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에서 소개될 예정입니다."]

물감으로 거친 돌의 물성을 독창적으로 만들어 일하는 사람의 착한 모습을 평생 그려온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은 그의 작품이 왜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게 합니다.

전통소재를 강렬하면서도 담백하게 그려낸 이중섭은 '오줌싸개와 닭과 개구리'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만의 천진함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이중섭과 동고동락하며 피란 시절 부산에서 함께 활동한 박고석의 '풍경'은 1950대 암울한 부산 모습을 어두운 갈색과 흑색으로 그려내 표현주의 화풍을 잘 보여줍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전에서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빠진 자리를 차지해 최근 더 유명해진 박대성 화백의 '일출봉'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함에 관람객의 발길을 오랫동안 붙잡습니다.

정규대학교육을 받은 1세대 화가 박노수의 '해오라기'도 동양 수묵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만큼이나 단순함과 강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집가들이 모아 놓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위대한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시는 건 어떨까요?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C.G:김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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