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베네치아, K미술 매력에 빠진다

2024.02.01.I세계일보
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 작품 대거 전시
60회째…4월 20일∼11월 24일까지
김윤신·이강승 본전시 초대받아
한국관 건립 30돌 특별전도 열려
유영국·이성자·이배 등 대표 작가
병행전시 도시 곳곳 동시다발 개최

작가 김윤신(89)과 이강승(46)이 오는 4월 개막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본전시에 초청받았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은 나무와 돌 등 자연물을 톱으로 다듬어 재료의 속성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든다. 이를 반영한 회화와 판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지난 40여년간 남미를 주요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올해 국제갤러리, 미국계 리만머핀 갤러리와 공동 소속 계약을 맺은 데 이어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진출함에 따라 본격적으로 세계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본전시에 앞서 3월 서울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이강승은 서구(1세계)·백인·남성·이성애 중심의 주류 역사에 도전하면서 그 서사에서 배제되거나 잊힌 소수자의 존재를 발굴해 가시화한다. 특히 성소수자 역사가 미술사와 교차하는 지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오가며 활동 중이다. 마치 학자처럼 공공과 민간 아카이브를 조사·연구해 여러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자료를 재발견하고 이를 흑연과 색연필 드로잉, 금실자수,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해낸다.

작고 작가인 이쾌대(1913∼1965)와 월전 장우성(1912∼2005) 작품도 본전시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1895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되어 올해 60회를 맞는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은 브라질 큐레이터 아드리아노 페르노사가 예술감독을 맡아 ‘포리너스 에브리웨어’(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주제를 내걸고, 4월20일 개막해 11월24일까지 열린다.

한국관에서는 야콥 파브리시우스 덴마크 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과 이설희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큐레이터가 공동 예술감독을 맡아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 ‘오도라마 시티’를 선보인다. 구 작가는 ‘한국 향기 여행’(Korean Scent Journey)을 콘셉트로 한국관 건물 전체에 한국의 다양한 향을 소개하는 작품을 배치할 계획이다.

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관 전시와는 별도로 4월18일부터 9월8일까지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베네치아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 연다. 1995년 건립된 한국관은 내년이 30주년이지만 문화예술위는 올해 기념전을 열기로 했다.

특별전은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라는 제목으로, 1995년 첫 한국관 전시 참여 작가부터 2022년 참여 작가까지 38명의 당시 전시작과 전시작을 다시 제작한 작품, 전시작을 바탕으로 한 신작 등을 선보인다. 몰타기사단 수도원은 12세기 건축된 중세 건물로, 십자군전쟁에 참여했던 기사단 본부로 쓰인다 최근에는 의료지원 및 난민 구호 등에 사용되고 있다.

특별전 개막일인 4월18일에는 몰타기사단 수도원 중정에서 한국관 후원사인 현대자동차와 함께 ‘한국미술의 밤’ 행사를 마련한다. 역대 한국관 예술감독과 참여 작가 등 국내외 미술관 관계자 3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한국관 건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백남준을 기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전시로,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 4건 또한 본전시 기간과 맞춰 열린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올해 창설 30주년을 맞는 광주비엔날레를 세계 미술계에 알리는 30주년 기념 아카이브 특별전 ‘마당-우리가 되는 곳(Madang- Where We Become Us)’을 펼친다. 1회 광주비엔날레 출품작인 백남준의 ‘고인돌’과 1회 대상 수상작인 알렉시스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를 비롯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어머니들이 시민군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든 주먹밥을 담았던 ‘양은 함지박’도 전시한다. 연계 프로그램으로 소설가 한강이 현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광주와 인권, 민주에 대해 강연한다.

한국 추상의 선구자 유영국(1916∼2002)의 첫 유럽 전시도 병행전시로 열린다. 유영국미술문화재단은 16세기에 지어진 퀘리니 스탐팔리아 재단 건물을 이용해 유화 30여점을 비롯한 드로잉과 판화 등 100여점을 소개한다. 유영국 작품세계에서 전환기이자 절정기인 1960∼70년대 작품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를 기획한 김인혜 큐레이터는 “지난해 미국 뉴욕 페이스갤러리 전시 이후 서구권에서 소개되기는 두 번째”라며 “한국미술이라면 단색화만 아는 사람들에게 단색화 이전 세대의 스승이자 선배인 유영국을 인상 깊게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또 다른 한국 추상미술작가 이성자(1918∼2009)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바르토메우 마리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기획을 맡아 ‘추상’ ‘여성과 대지’ ‘중복’ ‘음과 양, 초월’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우주’ 연작 등 1959년 초기작부터 2008년 후기작까지 20여점을 내놓는다.

뮤지엄 산을 운영하는 한솔문화재단은 이배 작가의 개인전 ‘달집 태우기’를 베네치아 빌모트파운데이션에서 갖는다. 정월대보름 민속행사인 달집태우기를 현대미술로 알리는 자리다. 작가는 세계 각지에서 온 메시지를 수집해 한지에 옮겨 적고 오는 24일 경북 청도에서 열리는 달집태우기 의식에 사용한 뒤 이 과정을 영상에 담아 베네치아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달집태우기 의식에서 남겨진 숯을 이용한 ‘세 개의 붓질’, 높이 4.6m 크기 화강암으로 동양의 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업 등을 선보인다.

이밖에 갤러리현대는 신성희(1948∼2009) 개인전을 열어 ‘박음 회화’ 연작과 ‘엮음 회화’ 연작을 소개한다. 작가는 화려하게 채색한 캔버스를 정교하게 잘라낸 뒤 재봉틀로 박음질하거나 씨줄과 날줄을 직조하듯 엮고 매어 입체적인 캔버스의 ‘몸’을 구축했다. 잘려진 캔버스 띠들이 조각처럼 작품의 전면과 후면을 아우르고 화면 안팎으로 그림자를 생성해 내는 입체 회화를 완성한 것이다. 생전 작가는 “나의 작품은 찢어지기 위해 그려진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국적 작가공동체 나인드래곤헤즈는 전용 전시공간 플라지아 펀치에서 기성 화단과는 차별화된 16개국 8팀 35명 작가들의 작업을 공개한다. 대구현대미술제의 주역 김영진, 실험적 현대서예가 황석봉, CF 영상감독 이지송, 실과 바늘을 사용해 대형 설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황란, 자신을 두루미로 의인화하는 바이나 오 등이 전시와 콘퍼런스를 준비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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