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시간]한국의 현대미술 2편-한국의 현대 화가들

2024.04.18.I충청매일
안혜진 청주고인쇄박물관 주무관

 

[ 충청매일 ] 한국의 근대미술은 일제강점기라는 특수한 시대적 배경에서 일본을 통한 서양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서양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본 유학이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중섭, 김환기, 나혜석, 이응노, 유영국, 장욱진 등 일제강점기 시기 출생한 화가들은 모두 일본 유학을 통해 서양화 기법을 공부했고 조국의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적 정서와 기법에 서양화를 접목했다. 당시 서양화 기법을 활용하되 한국적인 것을 그리고자 한 화가들의 마음을 이중섭의 <소> 그림과 장욱진의 <산>, <사찰> 그림 속의 한국적인 분위기, 김환기의 그림 <화실>, <매화 항아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시기 시대적 배경 중 빠질 수 없는 것은 남북전쟁이다. 해방 후 찾아온 남북전쟁은 한반도에 사는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는데 비교적 유복한 집안 출신이었던 화가들도 이 시기 모든 재산을 잃고 가난에 시달렸다. 전쟁 후 재건 과정에서 예술이 사치였던 만큼 작품활동을 위한 재료를 구하기도 어려웠으며 어렵게 구한 재료 등을 통해 작품활동을 해도 팔릴 기회를 찾기 어려웠다. 간혹 전시회를 통해 작품이 팔린 경우라도 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이중섭의 경우 이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며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했다.

 미술사로 이 시대를 보면 가장 큰 특징은 한국적 추상화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한국 추상화는 모더니즘을 기반으로 전통과 민족정신을 혼합한 새로운 조형 의식을 추구한 김환기, 이중섭, 장욱진, 유영국 등이 중심이 되는 신사실파가 1947년에 결성되면서 시작된다. 한국 추상미술의 개척자로서 이름을 알린 이들의 작품은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끌며 알려졌고 현재는 많은 사람에게 회고되면서 작품 또한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미술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김환기의 우주가 2019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에 낙찰되었을 때 점을 그린 그림이 왜 132억인지 많은 사람이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가의 삶에 대해 알고 그의 그림을 눈앞에 마주하게 되면 왜 그림의 가격이 고가에 낙찰되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196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미술사에도 모더니즘(근대주의)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이성 중심주의에서 개성, 자율성, 다양성, 대중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모더니즘을 극복하는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화가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 작가가 있다. 이우환 작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한국 화가로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의 현대미술은 암울한 시기, 한국적인 감성과 민족정신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결국 세계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며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졌다. 우리 현대미술사 작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는 미술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에 힘입어 책과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널리 알려지고 있다. 고흐, 로트렉, 피카소, 달리 말고 우리가 자랑으로 여기는 현대 화가들에 한국의 화가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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