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 넘어 형상으로…면을 넘어 오브제로”

2017-11-13I한겨레

미국 미술계를 시찰하고 난 뒤 새롭게 주목한 작가는 말레비치였다. '절대주의'(수프레마티즘) 화가였던 말레비치는 칸딘스키와 더불어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추앙받았다. 칸딘스키의 기하학적 회화는 너무 관념적이어서 재미없었다. 말레비치는 절대주의를 주장할 만큼 형상 제거를 극단적으로 추구했다. 형상의 완벽한 제거, 그게 말레비치였다. ‘비형상의 대가’로 칸딘스키보다 더 인정받았다. 말레비치는 십자가 형태 하나를 그려놓고도 그림이라고 여겼다. 그런 그가 돌연 집 한 채를 그렸다. 형상이 있는 회화였다. 그 그림을 담은 카드가 미국 도처의 판매점에 깔려 있을 정도로 인기였다. 미국 미술계를 시찰하면서 나는 그 현상을 주의 깊게 보았다. 말레비치는 뒤에 러시아 농부를 그렸다. 농민 군상은 민중미술적인 요소도 있었다. 철저하게 형상을 거부하고 비형상을 주장하던 말레비치의 변화는 하나의 자극이었다. 새러토가 정착 이후 내가 추상에서 형상을 주목하게 된 배경에 말레비치라는 존재를 잊을 수 없다. 한국에서 말레비치를 주목한 화가는 유영국 정도라고 볼 수 있다. 나와 더불어 일본 문화학원 유학 시절부터 말레비치를 알고 있었다. 유영국의 산 소재 작품은 단순할 정도로 면(面) 중심의 표현 방법을 활용했다. 그의 작품은 절대주의와 관련하여 해석할 수 있다. 유영국은 말레비치의 직계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김병기



* 기사 바로가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18168.html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