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보이는 수장고: 유영국

  • 2024.07.12 - 2024.09.29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전시주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미술품수장센터 ‘보이는 수장고’는 유리창을 통해 수장고 내부를 들여다보는, ‘수장’과 ‘전시’의 기능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의 미술품 수장고다. 상반기 MMCA 이건희컬렉션 해외 명작 전시에 이어 이번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유영국의 ‹산› 시리즈 작품 다섯 점을 선보인다.

유영국(劉永國, 1916~2002)은 한국 제1세대 서양화가이자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다. 그는 특히 산, 바다 등 한국의 자연을 강렬한 색채와 절제된 추상 형태로 그려낸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경북 울진에서 태어난 유영국은 1935년에 일본으로 건너가 자유로운 학풍으로 유명했던 도쿄 문화학원에서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김환기, 장욱진, 이중섭 등과 교류하며 당시 가장 전위적인 미술운동이었던 ‘추상’의 길을 택했다.

독립미술협회, 자유미술가협회 등 당시 일본에서도 매우 진보적인 미술 단체에서 활동하며 새로운 미술에 대한 열정을 펼쳐나갔으나,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 후 1943년 귀국해 한동안 생업에 몰두했다. 1948년 서울대학교 미술부 교수로 부임하며 상경해 김환기, 이규상과 함께 한국 최초의 추상미술 단체인 신사실파(新寫實派)를 결성했다. 모던아트협회, 신상회(新象會) 등을 주도하며 단체활동을 활발히 하다가 1964년 첫 개인전을 개최하고, 이후 개인적인 작업에만 전념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유영국은 ‘산의 화가’라고 불릴 정도로 1960년대부터 줄곧 ‘산’을 그렸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고향 울진에서 직접 경험하고 곁에 있던 친숙한 자연을 화폭에 담고자 했다. 그러나 유영국 작품 속 산은 실제 존재하는 산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원형(原形)으로,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숭고함을 나타내는 ‘관념’의 표상이자 한국성을 보여주는 ‘정수’다. 그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색채와 형태 실험에 평생을 바쳤다. 예술과 자연의 합일을 추구했던 유영국은 가장 기본적인 조형 요소인 점, 선 면을 사용해 조화롭고 이상적인 세계를 나타내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서양화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동양 미술의 주요 소재인 자연을 주제로 삼아 유영국만의 독특한 예술 양식으로 발전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8~1974년에 제작된 유영국의 ‘산’을 연대기 순으로 보여준다. 1950~60년대 초반 물감의 거친 질감과 유기적인 형태가 강했던 화면은 1960년대 후반이 되자 색채가 전면으로 강조되면서 기하학적 도형으로 단조로워지기 시작했다. 사선 구조가 만들어 내는 상승과 하강의 화면 분할은 긴장과 균형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견고한 구조와 역동성을 드러낸다. 더불어 삼원색을 바탕으로 변주되는 다양한 색채가 더해져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1970년대는 도형과 선의 수가 늘어나 화면이 더 많이 분할되는데, 1972년 이후에는 날카롭던 모서리가 둥근 각으로 변화되어 ‘산’의 이미지를 좀 더 직접적으로 암시하는 삼각형의 형태들이 등장해 추상과 구상이 공존하는 특징을 보인다.

모두가 볼 수 있는 열린 형태의 수장고인 ‘보이는 수장고’에서 한국 추상미술의 새 지평을 연 유영국의 작품이 선사하는 색다른 감동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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